울산, 포항, 전남동부·경남서부, 충남 등 4개지역의 건설플랜트(장치산업의 설비건설)노조가 오는 5일 단일노조인 '전국플랜트노조'로 출범한다. 오는 5일 낮 12시 울산근로자복지회관에서 창립발기인대회를 가진 후 오후 2시 태화강 둔치에서 노동조합 출범식을 갖는 전국플랜트노조는 조합원 2만명의 거대 '소 산별노조'로 앞으로 플랜트 임단협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울산건설플랜트노조는 2일 오후 2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개별노조로 자본에 의해 탄압과 각개격파를 당해온 것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목표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울산과 충남지역의 단체협약 체결, 군산, 전북, 인천지역에서의 노조 설립을 내세웠다. 주 타킷은 대기업인 원청 건설플랜트는 SK 등 석유화학업체와 포스코, 조선소 등에서 설비장치의 정비나 보수, 설치 등 건설일을 하는 것으로 용접 등 전문기술일과 청소 등 단순 노무일로 구성됐다. 그동안 일의 특성상 일용직노동자로 구분돼 말 그대로 '막노동'일을 하는 노동자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식사 등에서 "인권침해적 근무환경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와 조선소가 있는 울산은 특히 플랜트 일이 많고 대기업 원청은 전문건설업체와 계약, 하청을 주고 있다. 울산에는 2400여개 전문건설업체가 난립돼 있으나 플랜트노조가 교섭대상으로 하는 업체는 150여 곳이다.
지난 2005년 울산플랜트 노동자들이 노조를 설립, 그해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76일간 파업을 벌여 업무방해 등으로 조합원 40여명이 구속되는 등 파행을 겪었고, 지난해에도 파업을 벌이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거대노조 출범을 3일 앞두고 이들은 "지난날 갈등의 근본원인은 원청사와 전문 건설업체의 노조에 대한 적대적 태도에 따른 것이었다"며 "이제는 사용자들이 화답할 차례"라고 화두를 던졌다. 울산 조합원들은 "타 지역과 비교해 아직도 아무런 내용이 없는 백지단체협약을 맺고 있다"며 "대다수 현장에서 근로계약서 작성시 '포괄임금제'를 통해 편법적으로 악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일노조 출범 후 전문건설업체들과 실질적인 단체협약 체결을 맺기위해 150개 업체에 공문을 보내 본격적인 교섭요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갈등을 예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난날 파국과 사회적 손실을 생각해서라도 올해는 원만한 관계를 희망한다"며 대화와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여전히 남은 갈등의 불씨 지난 2006년 7월 27일, 울산플랜트노조와 울산민주노총은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인 대기업이 노조의 취업방해를 하고 있다"며 문건을 공개했다. 당시 플랜트노조와 민주노총이 공개한 'ATC PROJECT 사내외주(협력업체) 선정 견적 설명회'란 문건은 원청회사인 SK(주)와 GS정유가 "사내외주 업체 선정에 있어서 '건설플랜트노조 가입자는 불허한다'며 '노동조합 조합원이 있는 업체의 경우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민주노총 등은 "지금까지 이런 말들이 많았지만 증거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검찰, 경찰, 노동부는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딱 1년 뒤 플랜트노조는 거대노조로 출범하면서 "여전히 노조 간부 중심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현장에 출입을 못하면서 외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청인 전문건설업체는 원청의 저가 입찰로 사정이 어렵고 노조와 관계를 원활히 하려는 모습이 보인다"고 말해 올해 주 타킷이 SK 등 대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조합원 2만명의 거대노조로 재 탄생해 대기업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일잘하는 조합원 가려 쓰는 것은 당연한 일" 노조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사용자측인 전문건설업체 실무자는 노조의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노조가 블랙리스트라고 하는 데, 일 잘하고 성실한 근로자와 (노조일로)불성실한 근로자를 선별해 일잘하는 사람을 쓰는 것은 업체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지 계약에 대해 "신고 않은 영세업체 중 그런 곳이 있지만 대부분 정당한 근로계약을 하고 있다"며 "노동법에 명시된 대로 상시근로 3개월 이하 일용노동자를 모두 상시근로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이 저가 입찰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런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플랜트 일은 그 특성상 특정한 짧은 기간 일의 집중도를 높여 설비를 완료하는 것. 이 대문에 업체의 "단기간 일이므로 상시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과 노동계의 "수십 년간 그 일을 해왔으므로 상시노동이 맞다"는 상반된 입장이 맞서고 있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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