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째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고,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던 3일 저녁 울산 남구의 한 버스정류장. 에너지 절약과 시내버스 업계의 수입 감소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며 울산시 교통당국이 시내버스 운행을 줄여 평소 보다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늘었다. 7월 24일부터 시작됐으니 벌서 10여일 째다. 여고생 대여섯 명이 "평소보다 배 가까운 시간을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는다"고 투덜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방학이라도 학교에서 보충수업을 하기 때문에 매일 통학을 한다"고 했다. 정확한 수요 조사도 없이 버스 운행을 감축한 행정당국의 오류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곳에서 한 시간 거리인 집으로 가기 위해 1104번 좌석버스를 10여분 기다리자 버스 안내 전광판에 '1104번 15분 후 도착'이라는 안내글이 나왔다. 다시 10여분 뒤 '1104번 5분 뒤 도착'과 '1101번 13분 뒤 도착'이라는 안내가 같이 나왔다. 1101번은 지름길로 가는 노선이라 이 버스를 타면 1104번보다 30분 가량 시간이 단축된다. 그렇다면 기다리던 1104번을 보내고 좀 더 기다려 1101번을 타도 시간이 절약될 것 같았다. 이곳에서 기자와 같은 생각을 한 승객들이 서너명은 됐다. 약 5분 후 1104번이 떠나고 몇 분을 더 기다리자 전광판에는 '1101번 23분 뒤' 도착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땀을 흘리며 기다린 보람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한 여성이 '사기 당했다'고 투덜거렸다. 이 버스 전광판은 울산시가 역점사업이라며 총사업비 203억5700만원을 들여 2005년 2월 개통한 지능형교통체계(ITS)의 한 형태다. 교통흐름을 체크해 버스도착 안내 등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최첨단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는 버스전광판이 되레 불편을 초래한 꼴이다. 전광판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1104번을 타고 20분은 달리고 있을 것이다. 더운 날씨에다 기다리던 승객들의 짜증이 한데 어울려 버스정류장에는 험악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결국 기자와 몇몇 시민은 40여분을 기다려 평소 20분에 한 대인 1101번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이런일이 비단 이번 경우만이 아니다. 전광판을 믿고 버스를 기다리던 수 많은 시민들의 하소연을 수 없이 들은 터다. 4일 울산시청 홈페이지에는 버스불편에 대해 하소연 하는 글들이 몇 건 실렸다. 한 시민은 "버스 한 대를 놓쳐 땡볕에 자그마치 30분 넘게 기다리다, 겨우 도착한 버스를 타려고 다가가니 버스가 그냥 지나쳐 항의한다"는 글을 올렸다. 버스는 정류장 가까이에서 서행 중이었고 65세 부모님과 6살 3살 애기를 들쳐 업고 버스를 향해 다가 갔는지라 더 화가 났다고 했다. 또 한 시민은 게시판에 "운전기사가 버스에 가스가 없다며 승객들에게 중간에서 내려 환승하라고 했다"는 항의 글을 올렸다. 임금협상 결렬로 파업 위기에 내몰렸던 울산지역 시내버스사업조합과 울산지역 4개 버스노조가 지난 2일 임단협에 합의했다. 노조측이 지난 7월 25일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파업을 예고했던 터라 이번 임단협 타결소식은 반가운 소식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정작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이 소식이 전해지던 순간 버스로 인해 무더위와 시름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저작권자 © 시사울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현대차 울산공장 직원 한 명 격리 조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