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춤이란 무엇인가? 힙합도 있고 전통무용도 있다. 하지만 기자와 같은 386세대들은 딱하니 장르에 맞출
수 있는 춤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 춤에 대해 설명하기도 싶지 않다. 수십 년간 한국무용을 익히고 연구해 온 한 전문가는 "춤을 어렵게 생각말라. 어깨춤이 덩실나오고 '아! 이게 춤이구나' 생각들면 그게 춤이다"고 했다.
한국무용 공연회 관람의 기회가 생겼다. 한국무용을 배우는 여교사들에 관한 기사가 지난 7월 13일 <오마이뉴스>에 나간 후 최근 초대장이 한 장 왔다. 1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김미자 무용단의 정기공연 '추풍낙엽'을 보러 오라는 것. 이 무용단은 울산의 대표적 한국무용가 중 한사람인 김미자(울산무용협회장)단장 외 단원들이 일선학교 교사, 학원장, 주부 등 아마추어 무용 애호인들로 구성된 것으로 유명하다. 춤, 특히 한국춤에 대해 문외한으로, 한국무용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왔다. 초대티켓을 들고 공연시작보다 한시간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무대 뒤에서는 출연자들이 분장하고 의상을 입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시간 훨씬 전부터 준비중이라고 해서 자세히 보니 화장이 무척 짙었다. 무대분장은 그런 거란다. 이리저리 단원들을 독려하던 김미자 단장이 잠시 인터뷰에 응했다. 컴컴한 무대 뒤에서 였다. 춤의 정의를 반복해 질문하자 그는 "춤을 너무 어렵게 생각마라. 힙합이나 한국무용이나 크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느낌이 좋으면 덩실 나오는, 그냥 덩실 추는 것이 춤이다"고 했다. 또 "대중이 편안하고 재밌게 느끼는 것이 춤이며 생활의 하나라고 생각하라"고 덧붙였다.
"울산무용협회장으로서, 오랫동안 춤을 추고 전국의 공연을 본 선배로서 이들에게 훈련을 시킬 뿐이지 사실은 나보다 더 열정적이고 소질이 있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국무용도 여는 춤과 같은 것으로 한국적 가락에 맞춰 한국인의 정서와 애환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결론이다. 이날 공연 1부에서는 창작 한국무용으로 '추풍낙역'이란 제목의 춤을, 2부에서는 한국무용인 '천하태평지무' 산조춤' '교방검무' '진주교방 굿거리' '부채춤' 진쇠춤' '농악무' 가 이어졌다. 좌석 꽉메운 관중 공연이 시작되기 10분전 500여석의 관람석이 꽉찼다. 할머니부터 젊은 여성,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무용반 학생들도 있겠지만 공연을 하는 엄마를 응원하러 온 경우가 많으리란 짐작이다. 1부 추풍낙엽이 시작됐다.한국무용에 현대무용을 접목해 창작했다는 것이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듣긴다. 피아노, 첼로소리부터 가야금에 이르기까지 환상적 음악에 맞춰 춘 이 춤은 "바쁜 와중에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이라는 김 단장의 설명이 있었다. 2부에서는 6가지의 한국무용이 연이어 공연됐다. 김미자 무용단 44명의 단원들이 동원된 '천하태평지무'는 기존 태평무를 김 단장이 새로이 창작한 것으로 풍년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내용은 별반 차이가 없다.
유일하게 김 단장이 홀춤을 춘 '산조춤'은 대표적인 여성취향 춤이다. 김 단장의 말을 빌자면 여성적 가락인 가야금 장단에 맞춰 여성의 애환을 담았다. 3분박이 네 개 모인 4박자 계통의 장단인 굿거리에 맞춰 진행된 '진주교방 굿거리'. 한국춤의 네가지 요소인 한 흥 멋 태를 고루 갖췄다. 이번 공연의 휘날레를 장식한 농악무가 나올 때 관중석은 어깨춤을 들썩였다. 김미자 단장은 "한국무용의 저변확대가 여전히 아쉽다"고 말했다. 공연에서 보듯 여성들로 관객은 제한적이고 외국에서 건너온 자극적이고 겉모습이 화려한 외래춤에 외면받고 있는 풍토는 여전하다. 이번 공연은 울산시 무대공연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이며 문화 진흥을 위해 지자체가 입장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울산예술 사랑티켓' 선정작이다. '문화 진흥' 이라는 말 없이, 한국무용 공연때는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무용인들이나 공연을 지켜본 기자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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