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에 한번 돌아오는 토요일 저녁, 우리집엔 빠지지 않는 행사가 있다. 삼겹살 파티다. 만원이면 즐겁다. 4명의 가족이 둘러 앉아 상추에 삼결삽 한 입 싸 먹으면 이 순간 만큼 세상에 부러운 것이 없다. 남들처럼 외식을 자주 가지 못하면서도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이 조촐한 식사에 만족하는 가족이 고마울 뿐이다. 이제 여섯살인 막내가 기어다닐 때부터 시작됐으니 벌써 몇 년은 된 것같다. 매일 저녁 늦은 아빠로 인해 함께 저녁먹을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시작된 행사다. 메뉴는 조촐하다. 삼겹살 만 원치와 김치, 고추와 마늘 설은 것, 그리고 내가 직접 끓이는 된장찌게가 전부다. 오늘(28일)도 어김없이 만찬은 시작됐다. 아내가 삽겹살과 상추를 사오며 "고기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마디 했다. 그래도 만원어치다. 가격이 좀 올랐으면 적게 먹으면 된다. 몇년 동안 계속 만원어치를 고수하지만 4식구가 먹어도 양에 대한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아내가 장을 봐 온 사이 나는 미리 된장찌게를 끓이고 고추와 마늘을 썰어 놨다.
우리집 삽겹살 파티가 예전과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밥상 위에 휴대용 버너를 놓고 바로 구워 먹던 것이 부억 가스렌지에서 후라이팬으로 구워 접시에 내와 먹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 식사 후 청소 담당인 내가 제안했다. 방안에서 고기를 구우니 이리저리 튀는 기름 때문에 청소 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밥상위에서 굽지 않더라도 이것 저것 미리 준비를 해 놓으니 바로 바로 구운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 막내가 밥과 적당하게 잘라준 고기를 된장에 찍어 상추에 싸서는 한 입하고는 "야~ 직이네!"라고 감탄사를 한다. 아내와 내가 모두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 아이들의 사투리도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조그만 아이의 경사도 사투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우스운 모양이다. 이번 추석 때 큰 집이 있는 수원으로 가면서의 일이다. 마침 기차표가 남은 게 있어 기차를 타게 됐다. 막내는 몇 년만에 타보는 기차에 막 오르며 "야~직이네!"를 연발했다.미리 타고 있던 중년부부와 젊은 여성이 이 소리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 조그만 아이가 사투리 쓰는 모양이 우스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막내가 요즘 먹성이 너무 좋아졌다. 먹성이 좋은 중학교 1학년생 큰 아이가 먹거리-특히 육식 섭취량을 줄여가는 것에 반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막내는 이날도(28일) 끝까지 밥상에 앉아 상추와 삼겹살, 밥의 조화를 즐긴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아빠. 계속 쥑인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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