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몇 분을 달리자 근엄한 여성 목소리로 녹음해 놓은 안내방송이 나왔다. "승객여러분! 노약자나 심신장애우, 임산부 등을 위하여 자리를 양보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안내방송을 들은 한 여자 대학생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지겨워, 오늘 여섯번 째 듣네"라고 말했다. 또 한 학생은 "괴롭다, 이걸 계속 들어야 하나"고 말했다. 40대 한 남성은 "정말 유치하다, 시민의식 수준을 어떻게 보기엡"라며 말문을 흐렸다. 시내버스에서 15~20분에 한 번씩 흘러 나오는 이 안내방송이 시작된 건 지난 9월경. 울산시 교통관련 부서의 한 직원이 창안해 울산시내 모든 버스에 보급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안내방송이 시작되면서 "양보를 강요한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있었고, 울산시 관계자는 지난 10월 11일 "검토 후 고치겠다"고 한 바 있지만 50여일이 지나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방송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멘트의 마지막 "양보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부분. 버스를 이용하는 일부 시민들은 이 부분에 대해 "전형적인 행정적 발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이 시민을 대하는 의식을 그대로 나타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30대의 한 직장인은 "시청의 간부들이나 버스 담당자들이 버스를 이용하는지 묻고 싶다"며 "몇 달 동안 천번은 들은 것 같은 데, 정말 폭발 직전이다"고 말했다. 특히 출퇴근과 퉁학을 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은 하루 2시간 정도 버스를 타면서 이 소리를 듣기 싫어도 10번이상 들어야 한다. 좋은 소리도 한 두번, 특히 공무원이 시민에게 미덕을 강요하는 듯한 이 안내방송은 날로 승객의 짜증을 더해주고 있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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