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휘둥그레졌다. 노동포에서 자갈치까지 가는 부산지하철 2구간 요금이 1300원이라니. 900원쯤으로 알고 옆사람에게 물으니 한참을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몇년전 이야기"라고 했다. 모처럼 고향인 부산에 갔다. 지난 일요일(26일) 일이다. 고교동창 고향친구들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친구들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총무를 맡고 있는 한 친구가 "이번엔 꼭와야 한다"며 수차례 전화를 해와 가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그러고보니 친구들로부터 무심하다는 말을 들을만 했다. 몇 해전 부산에 사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일주일에 한번은 꼭가던 부산 나들이가 이젠 연중 행사 내지는 몇년 행사처럼 낯설다. 자갈치에는 사람냄새가 난다 웅장하게 새로 지은 자갈치시장 건물 주변 시장통에서 친구들이 모였다. 울산에 이사온 지 10년이 넘었고, 부산에 온지 꽤 오래 됐는 데 자갈치시장에 오니 어제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생선이 펄쩍 뛰는 자갈치 시장은 역시 사람사는 맛이 났다. 늘상 만나던 자갈치 바닷가 꼼장어 집에서 친구들이 모였다. 대기업에 다니다 때려치고 '불닭발' 장사를 하는 친구부터 검찰에 근무하는 친구, 교사를 하다 일찌감치 그만두고 택배일을 하는 친구 등 오랜만에 여럿이 모이니 정말 반가웠다. 종종 찾아오지 못하고 연락도 제대로 못해 미안한 마음이 굴뚝 같았다. 일일이 악수를 하는 데 중학교때부터 절친했던 검찰에 근무하는 한 친구가 대뜸 "요즘 니 오마이뉴스에서 활동이 좀 뜸하데?"라며 인사했다. 다소 놀라며 "너거도 오마이뉴스 보나?"고 했더니 "사는이야기가 많아 종종 보는 데 너무 일방적인 주장이 강한 것 아이가"라고 했다. 몇년을 못만났지만 인터넷을 통해 서로 근황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친구는 "니 기사보니 너무 일방적이든 데 한쪽으로 너무 흐르지 마라"는 충고도 했다. 부산과 울산, 엎어지면 코댈 곳 꼼장어가 연탄불에서 구수한 냄새를 내며 익고 있었다. 내가 오랜만에 참석하다보니 나와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왔다. 나는 "울산에도 옥교동에 꼼장어 골목이 있다"고 응수하자 다소 서운해 하는 친구도 있다. 나는 "역시 자갈치 곰장어가 최고네"라며 한발 물러섰다. 학창시절 얘기부터 최근 정치적 문제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빈 소주병이 제법 늘어났다. 생선내와 사람소리, 바다내음까지 흠뻑 젖어들었다. 대화가 무르익자 꼼장어집 주인까지 가세했다. 일명 자갈치아지메. 아지메는 "아이고! 얘기듣다보니 울산 얘기가 나오네, 나도 마 장생포 사람 아잉교"라며 아는 채를 했다. 부산 사람들은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자갈치 시장은 6.25때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사람사는 맛을 풍긴다. 지난 1966년까지 하루 두 차례 들어올려지던 영도다리가 증축돼 다시 들어올려진다는 얘기며, 광안리축제 때 낭비성 행사라는 시민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등 친구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사실들이 흥미로워 수첩에 적으니 한 친구가 면박을 준다. 그러면서 이 친구는 "원 고향이던 제2의 고향이던 다 고향아이가, 여기서 울산이면 엎어지면 코댈 곳인데, 다음 모임은 울산에서 하자"며 정리를 해준다. 자갈치 바닷가에는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
박석철 기자 psc@sisaul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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